요즘 수업을 들으면서 정말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했다. 바로 모든 미국 교수님들이나 학생들이 성별을 모르는 어떤 인물을 지칭할 때 무조건 'She'로 지칭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교수님: Assume there is a decision maker who prefers A over B. Does she have a strictly concave utility function?
학생: I don't think she has a strictly concave utility function.
'decision maker'라고만 지칭되어 있는 상황이라 성별을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물론 he or she로 지칭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겠지만 알다시피 일상적으로 말을 할 때는 한 단어로만 쓰는 것이 훨씬 편하니까 둘 중 하나를 고르는 건데, 이렇게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할 때는 무!조!건! she를 고른다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한 번도 예외를 본 적이 없다.
이것이 정말 흥미로웠던 이유는 예전에 내가 한국에서 영어를 배울 때는 이렇게 성별을 알 수가 없는 상황이면 대부분 he를 썼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한국어 텍스트에서는 성별을 알 수 없는 상황이면 '그녀' 보다는 '그'를 썼던 것 같다.
나는 이것이 현재 미국에서의 'Political Correctness', 우리나라 말로는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인식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He 나 She 중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역사적으로 상대적 약자의 위치에 있었던 여성형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다고 추측해 본다. (나의 추측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렇지만 최근 몇 년 간 미국에서도 상당히 이슈가 되고 있는것이 바로 'Political Correctness' 이다. 사회적 약자들에게 불리한 행동을 하지 말자는 것이 핵심인데, 국가 정책 뿐만 아니라 많은 미국인들의 일상에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Political correctness (adjectivally: politically correct; commonly abbreviated PC) is a term used to describe language, policies, or measures that are intended to avoid offense or disadvantage to members of particular groups in society.
(출처: Wikipedia)
가장 유명한 사례가 바로 미국 오바마 대통령 시절 "Merry Christmas"와 "Happy Holidays" 논쟁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트위터에 "Merry Christmas, and happy holidays to you and yours"라고 쓴 것이 적절하냐는 것이다.
크리스마스는 기독교인들의 기념일인 만큼, 무슬림 등 기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을 배려한다면 "Holiday"가 적절하다는 것이 Political Correctness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입장이다. 그러나 그런 인사말에까지 Political Correctness를 적용해야 하냐며 피로감을 드러내는 미국인들도 많았다. 트럼프 현 미국 대통령은 이를 역이용하여, 기독교인들을 타겟으로 "크리스마스를 되찾아오자"라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www.snopes.com/news/2017/12/27/trump-obama-war-on-christmas/
지금 내가 다니는 시카고 대학에는 미국 민주당 지지자가 상당히 많은 분위기고, 그래서 이렇게 Political Correctness를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대명사를 무조건 She로 쓰는 듯 하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그렇게 쓰고 있으므로, 나도 역시 이런 상황이면 she를 쓰고 있다. When in Rome, do as Roman do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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