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원 수업은 참 빡빡하다. 특히 내가 다니는 시카고 대학 대학원은 쿼터제를 채택하고 있는데, 동기의 설명에 따르면 "쿼터제 학교에서는 400m 달리기 하는 기분으로 한 쿼터를 살아야 한다"고 한다. 요즘 내 심정을 너무나도 잘 대변해 주는 말이다.
한 쿼터, 즉 약 2개월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에 전공 필수 수업을 3개를 듣는다. 한국에서 대학원을 다닐 때는 한 학기에 3과목을 들었었는데 말이다. 그렇다고 한 과목의 양이 절대 적은 것도 아니고, 오히려 더 많은것 같다. 더군다나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이 되면서 교수님들이 녹화 강의도 더 많이 올려주시고, 각종 숙제, 퀴즈들도 많이 생겼다. 수업을 듣고 숙제와 퀴즈를 하다보면 한 주가 정말 정신없이 끝나 있다.
오늘은 일요일인데도 Advanced Statistics 수업을 복습하고 퀴즈를 풀었다. 주중에 열심히 공부하고 주말에는 절대 공부하지 않겠다는 철칙을 세워둔 나였지만, 산더미 같은 숙제 앞에서는 어쩔수가 없다. 퀴즈를 보기 위해 몇시간 동안이나 수업 복습까지 했다. 다행히도 퀴즈가 어렵지 않아서 제한시간 내에 풀고 제출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정답을 확신하고 제출한 퀴즈에서 2개가 틀렸다고 나왔다. 이럴리가 없는데, 하고 눈을 씻고 다시 봐도 2개가 틀려있다. 알고 보니 계산실수를 한 것이었다!!! 정말 내 자신이 너무 바보같고, 실망스럽고, 멍청하게 느껴졌다. 정확하게 계산하는 것은 기본중의 기본인데, 이런 어이없는 실수를 하다니... 안그래도 다른 과제에서 변별력이 별로 없어서 퀴즈 하나하나가 중요한데 이렇게 어이없이 점수를 깎이고 나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사실 나 자신에게 실망이 컸던것 같다.
학부 때 부터 나는 '학점 관리'에는 소질이 좀 없었다. 자격증 시험이나 영어 시험 같이 시간을 꾸준히, 오래 투자해서 실력을 평가하는 시험에는 강했는데, 숙제/중간고사/기말고사에서 사소한 실수라도 용납하지 않는 대학 수업에는 참 어려움을 많이 느끼곤 했었다. 아무래도 사소한 것에 신경을 덜 쓰고, 좋은게 좋다고 대충대충 사는 나의 기질 때문인 것 같다. 로스쿨 진학을 포기한 것도 그런 이유가 크다. 하핫
그렇지만 어쩌겠나, 주어진 상황에 적응을 해야 하는걸. 앞으로는 계산 실수 여부를 두번, 세번 더 체크해야 겠다. 그리고 더 근본적으로는 개념을 정확히 숙지하고 연습문제도 많이 풀어서 문제 풀이에 더 익숙해져야 겠다. 희망회로를 돌리자면, 이번 실수로 인해 내가 각성해서 기말고사 때 큰 실수를 방지하고, 만점을 맞으면 오히려 더 좋은 결말 아닐까? 그러니 이제 그만 우울해 하고, 교수님께 메일을 보내서 supplementary practice set을 받을 수 있는지 여쭤 보아야 겠다.
이제 이번 쿼터도 벌써 반이나 지났다. 조금만 버티면 다 끝나있을 것이다.
그동안 최선을 다해서, 결과에 상관 없이 후회하지 않는 레이첼이 되자!
'미국 대학원 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논문작성 팁: Literature Review를 효율적으로 준비하는 법 (0) | 2021.01.19 |
---|---|
유학생활 중, 마음이 힘든 날 (0) | 2020.11.23 |
미국에서 영어 팟캐스트에 도전하다 : 첫번째 에피소드에서 얻은 것들 (0) | 2020.11.02 |
공부 팁: 손필기/노트북 필기, 적절한 과목은? (0) | 2020.10.27 |
미국 대학원에서의 정치적 올바름: 대명사는 무조건 She 로 ? (0) | 2020.10.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