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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참으로 부랴부랴 떠나왔다. 

하필이면 기말고사 바로 다음 날 출국날짜가 잡혀서, 

거기다가 필수가 된 출국 72시간 전 코로나 검사까지 받느라고 

정말 정신 없이 시간을 보내고, 허둥지둥 짐을 싸서 미국으로 날아왔다. 

 

사실 미국에서 한번도 혼자 살아본 적이 없어서 참 안일하게 생각했었다. 

그리고 한국에서 누리고 있던 것들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해서 자각하고 있지 못했다는 것도 깨달았다. 

 

일단 미국 입국까지는 수월하게 했는데, 

'집'을 계약하고 살림살이를 채워넣는 것을 너무 소홀하게 생각했던 것이 문제였다. 

첫날 도착해서 계약하는 데 까지만 거의 5시간이 걸렸다. 

외국인인 나는 Social Security Number도 없고, 핸드폰 번호도 없고, 은행 계좌도 없어서 

멀리 떨어진 (조금 위험한 동네에 있었다) Currency Exchange라는 곳에 가서 신원 확인증을 받아야 했다. 

거기까지는 그래도 괜찮았다. 

 

가장 충격 받았던 점은, 미국 집에 천장 조명이 없다는 점이었다. 

카페트는 예상했어서 그러려니 했는데 천장 조명이 없는 걸 예상을 못해서, 7시 이후에는 진짜 암흑 속에 있었다. 

그리고 주문한 매트리스가 도착하지 않아서 청소도 안 된 카페트 바닥에 얇은 시트 한장을 깔고 자야 했다. 

물이랑 먹을 것도 하나도 없어서, 저녁거리로는 근처 햄버거 집에서 버거와 사이다를 사서 테이크아웃을 해왔다. 

물론 집에 테이블이랑 의자가 하나도 없어서 바닥에 놓고 먹었다...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 갖춰야 할 가구와 가전이 이렇게 많다는 점을 처음 알았다. 

일단 한 3일간은 매트리스, 책상, 식탁, 의자, 조명이 없어서 정말 사람답지 못하게 살았다. ㅠㅠ 

(차가 없어서 모든 것을 아마존으로 주문했는데, 아마존 배송이 생각보다 그리 빠르지 않았다.. 한국 총알배송 그립 ㅠ) 

 

그래도 다행히 주위 한국 분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었다. 

처음 공항에 도착했을 때 시간을 내어 픽업해주신 분도 계셨고, 

한인마트에 가서 김치(!!)를 살수 있게 도와주신 분도 계셨고, 

아 그리고 그릇이 없어서 씨리얼을 먹지 못하던 나를 위해 그릇과 냄비를 빌려준 친구도 있었다. 

정말 너무 고마움을 많이 느꼈다. 

 

미국에 온지 3주 정도 된 지금은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것 같다. 

룸메와 번갈아 가면서 요리해 먹는 것도 나름대로 재미있다. 

공부가 문제인데, 저번학기처럼 힘내서 해봐야지! 

열심히 하다 보면 그만큼의 보상과 행운이 함께 올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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