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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모든 미국 유학생들은 건강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아마 오바마케어 이후로 이 '강제 규정'이 도입된 것 같다. 사실 처음에는 엄청 귀찮은 절차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나에게 매우 경각심을 주는 일이 생겼다. 

 

평범한 주말 저녁이었다. 여느 때 처럼 룸메와 저녁을 요리해 먹고 후식으로 딸기와 초콜렛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목에 엄청나게 날카로운 것이 걸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무리 빼내려고 해도 잡히지도 않고 빼지지가 않았다. 콕콕 찌르는 고통이 너무 심했다. 틀림없이 음식에 날카로운 것이 들어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통스러워하는 나를 본 룸메가 구급차를 부르려 했는데, 미국에서 구급차 비용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익히 들어서 그것까지는 차마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일단 급한대로 우버를 불러 타고 가까이 있는 대학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진짜 집에서 밥을 먹다 나오다 보니, 슬리퍼에 외투도 걸치지도 않고 신용카드 달랑 한 장만 들고 나오게 되었다. 

우버에서도 목이 너무 아팠다. 우버 기사를 기다리는 10분이 왜 이리 길던지. 

고통이 더 심해지기도 했고, 말을 하면 날카로운 것이 목 뒤로 넘어갈까봐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휴대폰에 내 증상을 적어서 병원 직원에게 보여주었다.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그런지 응급실에서는 본인 외에 다른 사람은 기다리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래서 룸메는 떠나고, 나 혼자 남아서 기다리게 되었다. 

 

접수는 금방 끝났다. 이름이랑 증상 얘기해주고, 혈압 재면 접수 절차는 끝이었다. 다만 대기 시간이 많이 길었다. 

일단 응급실 진료 보는 곳 안으로 들어가는 것 까지 한 1시간 3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내가 대기하면서 놀랐던 것은 우리나라 응급실은 엄청 시끌벅적하고 사이렌 소리가 계속 울리는 느낌이었는데 미국 응급실은 상당히 차분하고 조용했다는 점이었다. 소리 크게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도 없었고 피를 철철 흘리고 있는 사람도 없었다. 아마 진짜 응급한 환자는 이미 다른 통로로 다 들어가서 그렇겠지? 

 

어쨌든 그렇게 1시간 반을 밖에서 대기 한 뒤 드디어 진료실로 들어가나 했는데, 

진료실이라기 보다는 '진료 대기'하는 곳이었다. 이곳에서 간호사가 증상을 조금 더 자세하게 물어봤고, 의사가 올때까지 기다리라고 했다. 여기도 엄청나게 급박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대부분 혈압이나 골절 때문에 온 듯 했다. 

 

그치만 좋지 않았던 것은 대기가 너무 길었다.. 여기서 거의 3시간 대기했던 것 같다. 

대기하는 동안 웃겼던 것은 내가 계속 휴대폰 메모장으로 대화하니까 간호사가 내가 영어를 못하고 번역기를 쓰는 줄 알았나 보다. 그래서 내가 직접 메모장에 타이핑을 하는 걸 보고는 놀라더니 "아 너가 아파서 말을 못하는 거였구나.." 라고 했다. 

 

의사선생님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메모장에 쓴걸 보여주니까 갑자기 '통역사 불러주세요'라고 하는것 아닌가. 당황한 간호사가 '영어를 못하는게 아니고 아파서 말을 못하는 것'이라고 얘기해줬다. 그랬더니 엄청 미안해하면서 메모장에 써서 영어를 모르는줄 알았다고 했다. 나는 그런것에 크게 개의치 않아서 괜찮다고 했다. 아마 이 병원에 영어를 못하는 사람들이 종종 찾아와서 그랬나 보다. 

 

사실 진단을 받고 조금 허무했는데, 그 이유는 내가 아팠던 원인이 바로 '침샘염' 때문이었기 때문이다. 의사선생님이 아무리 내 입 속을 뒤져도 날카로운 걸 못 찾겠다는 거다. 그러고는 나에게 침샘염이 있으면 그런 증상이 있을 수 있다고 스페셜리스트를 불러준다고 했다. 

그 뒤 온 전문의 선생님(아마 이비인후과 전문의겠지?) 이 내 침샘 쪽을 촉진하고는 "아 침샘이 좀 부어 있네.."라고 하면서, 타이레놀 먹고 좀 쉬면 금방 낫는다고 했다. 

 

그래도 날카로운게 박힌게 아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사실 그게 무서워서 갔던 거라서... 

 

진료를 본 뒤에는 정말 금방 끝났다. 다른 간호사가 와서 내 신상정보랑 보험 번호를 불러달라고 해서 불러줬더니, payment는 보험회사에서 따로 연락할 것이라고 하면서 집에 가면 된다고 했다. 병원에서 결제를 안해도 된다는게 정말 신기했다. 역시 미국은 보험이 있어야 병원 다니기 쉽다는 생각을 했다. 

 

내 보험은 유학생 보험인데 emergency room 방문 시 $150 이 기본 청구 된다. 물론 나름 큰 돈이긴 한데, 또 혹시 모를 위급 상황에 응급실을 이용할 수는 있는 금액이라는 점에서는 나름 합리적인 것 같다. (미국에서 보험 없이 응급실 방문 시 매우 큰 금액을 청구받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아직 영수증이 날라오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따로 엑스레이를 찍거나 하진 않았으니까 아마 $200 정도 나오지 않을까 예상 된다. (아직은 뇌피셜이지만!)

 

어쨌든 결론은 미국에서도 보험을 잘 들어 두면 병원을 충분히 다닐 수 있다는 것이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보험은 꼭 적절한 보장을 해주는 것으로 들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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