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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수학을 싫어하게 된 것은 중학교 때 부터였다. 당시 특목고 열풍이 불어서 너도 나도 수학 올림피아드를 준비했는데, 나도 내신이 꽤 괜찮게 나왔던 터라 어머니께서 동네 친구들이 다니는 올림피아드 준비 학원에 나를 보내셨다. 

그런데 올림피아드 준비 학원에서 가르치는 수준은 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버거웠다. 수학적 센스가 그닥 뛰어난 편은 아니었던 터라, 과도하게 어려운 개념을 배우고 풀다 보니 성적도 잘 나오지 않았을 뿐더러 수학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었다. 그 이후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쭈욱 수학은 나의 발목을 붙잡았고, 수학을 배우지 않아도 되는 학과로 진학했을때 '이제 더이상 수학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에 너무나도 기뻤다. 

 

그러나 미국 박사를 준비하게 되면서 수학을 더이상은 외면할 수 없었다. 첫학기에 들었던 PhD Microeconomics에서 마주하게 된 해석학 개념들은 내게 좌절감과 위기감을 심어주었다. 그리고 교수님들도 Econ이 접목된 연구를 하기 위해서 수학은 필수라며 해석학, 미적분학은 꼭 들어야 한다는 조언을 주셨다. 

 

다행히도 내 프로그램은 대학원생이 학부생 수학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되어 있었고, 어드바이저와의 상담을 통해 수학 수업에 등록할 수 있었다. 나의 첫 수학 수업은 Calculus 2(미적분학 2) 였는데, 주로 적분을 배웠다. 이 수업은 나에게 한줄기 빛과 같은 수업이었다. 이 수업을 통해 나는 '나도 수학을 할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고, 수학 포기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번 학기에는 series와 다변수 미적분을 배우는 Calculus 3와 해석학의 개론수업인 Intro to Proofs and Analysis 수업을 신청하였는데, 아주 만족스럽게 듣고 있다. 

 

한국과 미국 대학의 수학 교습 방식의 차이점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1. 10명 내외의 적은 학생 수 

 

현재 우리 학교에서의 수학 수업은 한 class에 10명에서 최대 20명까지의 학생만 신청을 받는다. 대학원생이나 다른 학과 학생은 수학과의 특별 허락을 받아야 수강신청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교수자와의 interaction이 매우 활발하게 일어나는 편이다. 수업 시간에 내가 모르는 부분이 나와도 다른 학생 눈치보지 않고 바로바로 질문할 수 있고, Office hour 에도 학생들이 별로 없기 때문에 내가 모르는 것을 마음껏 질문할 수 있다. (Office hour가 일주일에 2시간이나 있고, 또 이걸로 부족하면 이메일도 무제한으로 보낼 수 있다는 것도 정말 좋다) 

 

더욱 좋은 것은 매주 problem set을 풀어야 하는데, 이 problem set 푸는 데 까지도 다른 학생과 매칭을 시켜줘서 같이 토론하면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이었다. 혼자 푸는 것도 의미 있긴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의 토론에서 배우는 점도 많다. 덤으로 친구들도 사귈 수 있다! 

 

2. 다양한 레벨 수업을 제공 

 

우리 학교에는 calculus class만 Elementary Calculus - Calculus- Honors Calculus의 3가지 레벨로 나누어져 있었고 또 대학원 수업까지 있어서 학생들에게 선택의 기회가 참 많았다. 

내가 느끼기에 한국에서는 기초가 부족한 친구들을 위한 수학 수업이 별로 없었다. 나의 한국 대학에서 제공되던 '인문 사회계를 위한 수학' 과목은 기초 과목인데도 수포자인 나에게는 솔직히 좀 어려웠다. (나의 수학 실력이 이정도 수준이었으니 이과 수학은 물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이 정도 수준까지는 알아서 공부해야해~ 라는 느낌이었다. 

반면 미국 대학에서는 수학 기초가 부족한 친구들을 위한 수업도 있었고 또 수준이 높은 학생들을 위한 수업들도 있어서, 단계별로 차근차근 밟아나갈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교재도 딱 그 수준에 맞는 교재를 사용해서 학생들이 쉽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우리 반에 있는 친구들은 딱 나와 비슷한 레벨에 있는 친구들이고, 더 어려운 내용을 배우고 싶은 친구들은 이미 다른 클래스에 있기 때문에 질문을 할 때 다른 친구들의 눈치를 덜 봐도 되었다. 만약에 한국 미적분 수업에서 기초적인 질문을 했다가는 ... 아마 옆자리 친구에게 엄청난 눈초리를 받았겠지? 

 

3. 과외 선생님 같은 교수님 

 

우리 학교 수학 수업은 대부분 PhD 학생들이나 Post-doc 들이 가르친다.(정교수님들이 가르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물론 아직 교수가 되지 않은 분들이 가르친다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지만, 지금까지 나는 이분들의 수업 수준에 불만족했던 적이 없다. 오히려 이분들은 바쁘신 교수님들보다 훨씬 열정적으로 수업을 준비해서 가르쳐주고 질문도 적극적으로 받아주셨다. 질문 이메일을 보내면 대부분 1시간 내에 답장을 해주실 정도로 수업에 관심과 애정을 쏟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또, 가끔 내 스스로가 생각해도 멍청한 질문을 해도 전혀 편견을 갖지 않고 'That's a good question!'이라고 하면서 받아주는 문화가 너무 좋았다. 

 

 

그래서!!! 만약 한국에서 수포자였지만 수학에 다시 도전해보고 싶다면, 미국 대학 수학 수업을 적극 추천한다.

단계별로 차근차근 기초부터 배울 수 있다.

 

그리고 한가지 바람은 한국 대학 수학 수업도 보다 다양한 레벨로 제공되었으면 한다. 물론 등록금 동결 등 재정적 문제 때문에 그렇게 못하는 것으로 추측되지만... (미국 대학 등록금은 한국의 5배정도니까...ㅠㅠ) 그래도 한 반 당 학생 수는 못 줄이더라도, 적어도 다양한 레벨의 수업은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4차 산업혁명의 도래로 수학과 코딩이 전 분야에서 중요해진 이 시대에 걸맞는 교육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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